[제주도 2/27~3/2] 와리지 말앙, 꼬닥꼬닥 ①
01.
때는 2012년, 나와 엄마는 너무 지쳐있었다.
반복되는 일상은 질리게 무료했지만 그 지루함이 무색하게 바삐 돌아가는 만사는 무언의 압박의 연속이었다.
고단한 입시가 끝나고 엄마와 난 생각했다.
도피처가 필요해!!
그것은 깜깜한 미래에 대한 현재의 위안일수도 있겠고
과거의 고단함에 대한 현재의 보상일 수도 있겠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현재 '존재한다'는 것에 대한 달콤함을 찾아서 엄마와 나는 제주도로 갔다.
.
와리지 말앙, 꼬닥꼬닥.
[서두르지 말고, 천천히]
* 2월 27일 김포 - 제주 민속 오일장 - 돈사돈 - 제주 4.3 평화공원 *
제주 오일장은 2일,7일에 열린다.
우리가 도착한 날은 운좋게도 27일!
우리는 제주공항에 내려 택시를 타고 민속 오일장으로 가서
튀김과 떡볶이 설탕이 잔뜩 묻은 도넛츠를 사먹으며 구경했다.
사람도 많고 볼거리도 많았던 오일장
첫날이라 덩치만한 가방을 들고 돌아다녀도 체력이 끄떡 없었던 때.
제주 시내에 있는 돈사돈
고깃집이다.
근고기라고 하는 것을 파는데
근으로 재서 팔기때문에 근고기란다.
인터넷에서 알아보고 간것인데 그말이 듣고 싶었는지 고기 잘라주시던 아저씨께서 묻는다
어떻게 오게 되었어요
괜히 심술을 부려봤다.
오일장 갔다가 그냥 지나가다가요.
숙소가 어디신데요?
한화리조트요.
거긴 여기로 지나가는 게 아닌데..어떻게 오게 되었어요?
그냥..고기가 먹고 싶어서요.
원하는 대답은 안해줄거다
메롱
ㅋㅋㅋ
진짜 한라산 근처에 많았던 까마귀들.
가까이에서 보면 자태가 굳.
색깔이 진짜 레알 real!! 새까맣다.
참으로 섹시한 새로구나 껄껄
원래는 엄마가 가고 싶어했던 사려니숲길을 가고자 했으나
시간관계상 입장하지 못할 것 같아 숙소 근처에 있는 제주 4.3 평화 공원을 갔다.
'평화'에 대한 진지한 생각을 해 볼수 있었던 고요함과 엄숙함이 서려있는 지금은 그 어느장소보다도 평화로운 곳
제주도 지도를 살펴보다가 운명처럼 눈이 가던 곳
느릿느릿한 발걸음이 어울리던 곳
숙소가는 길
갈대밭 모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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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를 타지 않고 걸었던 첫 제주도의 첫 느낌은
하늘이 참 낮고 예쁜 하늘색이구나
바람 겁나 부는구나
땅 겁나 넓구나..
ㄷㄷ