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찬란한

2013.12 월

선자: 2014. 5. 12. 00:51




딱 1년 전 치열했고 뜨거웠으며 외로웠다.

서 있던 공간은 물에 젖은 링 안이기도 했고 황량한 사막이기도 했으며 창문 한 점 없는 독방이기도 했다.

겨울과 같은 삶을 살았다. 그 해 겨울은 처절하게 건조했으며 덕분에 잘 타오를 수 있었다.

그리고 그 해와는 또 다른 겨울이 찾아왔다. 매 계절은 낯설고 겨울은 점점 추워진다.

돌이켜 보면 올해 1년은 결코 짧지 않았다. 1년동안 계절은 시시각각 변화하였으나 늘 동면중이었다.

지쳐서 그렇겠거니, 생각했다.

혹독한 겨울을 견뎌내는 동면 속에선 아무것도 성장하지 않는 줄 알았다.

처절함 속에서 배운 건조함이 체화된 줄로만 알았다.

어두운 겨울 밤 정적을 깨는 고요하면서도 점잖은 이를 모를 새소리만 들을 수 있는 줄 알았는데

이젠 아침을 알리는 새벽닭 소리도 제법 정겹게 들을 수 있게 되었다.

그 꼬락서니가 아니꼬와도 입꼬리를 올리며 쳐다볼 수 있는 용기가 생겼다.

겨울은 늘 찬 기운만이 가득 찬 것이라 생각했으나, 그래서 가혹하다고만 생각했으나

이따금 살랑살랑 햇살이 내비치는 부드러운 겨울의 양지가, 더욱 가치있고 아름다운 것일 수 있다는 걸 깨달았다.

겨울이 있어서 다행이다. 아무것도 숨쉬지 않고 아무것도 움트지 않고 정적만이 흐르는 곳에서 여유를 배운다.

봄이 올 것이라는 희망을 배운다.설사 봄이 오지 않더라도 겨울안에서 봄을 느낄 수 있어서

더이상 겨울이 두렵지 않다.

모든 것이 얼어붙어 있는 것만 같은 여기에 숨결을 불어 넣어 본다. 따뜻하게 감싸안는 숨결에서 여유가 느껴진다. 

느릿느릿 녹아내리고 있는 겨울에서 한 뼘만큼 성장한 봄이 보인다.

 

 

 

 

   

 

 

 

안녕 겨울 속에서도 찬란했던,

그래서 눈물 겨웠던 나의 스물 세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