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찬란한

2014.4.23 보내며.

선자: 2014. 5. 12. 00:54

  지나치게 허황된 것 말고 정말로 내가 하고 싶은 꿈을 꿔보고 생각해보고 고민해보는 것만으로도 하루가 가득 찼었던 때

  독서실 앞 포장마차에서 파는 3천원짜리 우동만으로도 너무 행복했고 

  방과후 학교 책상 붙여 앉아서 몇시간이고 떠들 수 있는 친구들이 있었고

  그래서 마냥 불안하지만은 않았던, 오히려 인생에서 가장 꽃같았던 그때가 내 나이 열여덟살이었다.

 

  열여덟살,

  한창 부모님께 사랑받으며 아름다운 어른으로 성장할 준비를 하는 그 시기에

  오히려 사랑한다고, 미안하다는 말을 남겨야만 했던 너희들의 심정을 감히 헤아릴 수가 없어서 가슴이 미어진다.

  

  가장 예쁘고 빛나고 착한 아이들이기에 그 사연 하나 하나에 감정이 복받친다.

  

  얼마나 두렵고 고통스러웠을까. 

  혹시라도 부모님이 알아보지 못할까봐 이름이 새겨진 학생증을 손에 꼭 쥔 채 차디찬 물 속에서 

  기적을 바라는 모두의 염원을 뒤로 하고 끝내 그렇게 떠나버렸구나

 

  나는 오늘부로 하늘을 원망할거다. 신이 있다면 신을 원망할거야.

  사고 이후 밤낮으로 울어서 지친 마음을 다독이려고 이기적이지만 뉴스를 꺼보고 핸드폰을 하지 않아도

  어디선가 너희들의 음성이 들려오는 것 같아 일상에서 조금의 틈새라도 생기면 왈칵 눈물이 쏟아진다.

  아마 당분간은, 아니 어쩌면 꽤 오랫동안 그럴 것 같아. 

  

  그래도 만약에 신이 있다면 세상에서 가장 착하고 아름다운 너희들을 먼저 데려간 건 

  너희들이 간 그 곳이 여기보다 훨씬 아름다운 곳이기 때문이지 않을까.

  너희들이 떠난 이 지옥같은 세상에서 우리는 남아서 영원히 너희를 기억하고 너희 몫의 고통까지 감내할테니까

  걱정하지 말고 더이상 아파하지도 말고 평안하게 그 곳에가서 잘 지내길 바라.

 

   만약 다시 태어나거든 

   무지개나 물방울이나 보석으로 태어나서 영원히 영롱하게 그 모습 그대로 빛날 수 있었으면 좋겠다.

 

   미안하다 너무 너무 미안해.

   

 

 

   세월호 사고로 숨진 모든 희생자분들의 명복을 빕니다.

   그리고 그 유가족분들과 생존자분들께도 심심한 위로의 말씀을 전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