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슬픔의

드라마 「바람의 화원」

선자: 2014. 5. 12. 00:23

'그린다는 것은 무엇이냐?'

'그린다는 것은 그리움이 아닐런지요.'

 

1.드라마

 

드라마 '바람의 화원'은 '만약 신윤복이 여성이라면?'으로 다가왔다. 고등학교 2학년 후반,어쩌면 무엇인가에 매우 집착하고 싶었던 나의 감성을, 나는 바람의 화원을 통해 채운것 같다.

'그림'에 관심이 많고 '사극'을 좋아하는 나로썬 지나치게 적절한 이 드라마에 운명처럼 끌렸다.

풍속 화가 신윤복.아름다운 색감.화원 신윤복의 붓과 어우러질법한 음악. 그것을 표현하는 대사들.

단순히 '신윤복의 섬세함에 따른 여성성'을 표현하는 드라마라 하기엔,드라마 자체가 역동적이고 아름다웠다.

원작은 이정명작가님의 소설 '바람의 화원'이다. 물론 나는 드라마를 본 후 책을 샀기 때문에 드라마를 볼때는 원작은 전혀 몰랐다.

어떠한 거대한 사건에 의해 살해당한 화원 '서징'의 살아남은 딸 '서윤'.

 그 누구보다도 뛰어난 그림실력을 지닌, 그야말로 '천재'를 타고난 아이를 '신한평'은 일찍이 알아보았고, 폐허가 된 서징의 집터에서 아이를 데려다가 양자로 삼는다. 화원이 되고 어진을 수행하여 기울어진 가문을 일으켜주길 바라며.신윤복은 남자로써 가슴띠로 여성성을 꼭꼭 숨기며 완벽한 신한평의 '아들'이 되어 도화서에 들어간다. 그러나 문제가 되는 그림들을 그려 도화서에서 문제아가 되고 역시나 그의 재능을 알아본 스승 김홍도에 의해 몇번씩이나 고비를 넘기지만,하나뿐인 형(오빠)영복의 죽음을 매개로 어진을 찢는 만행을 저질러 도화서에서 쫓겨나고 만다.그러나 김조년의 사화서에 들어가 다시 그림을 그리지만 김조년이 자신의 부모님을 돌아가시게 한 장본인이라는 걸 안 후 스승 김홍도와 그에게 복수를 하고 윤복은 바람처럼 사라진다.

물론 '바람처럼 사라진다'라는 데에는 드라마를 본 사람이라면 의문을 가질 수 있다. 어디까지나 정조에 의해 어쩔수 없는 선택이었다는 냄새를 풍기기 때문이다. 그러나 윤복 스스로 그 길을 택한 것이라는 냄새또한 극 중간중간에 보이기 때문에 저런 표현을 썼다.

20화 분량의 드라마를 글 몇자로 표현하기에는 한없이 졸렬하지만 결국 드라마 바람의 화원은 신윤복의 이야기임에는 틀림없다. 무슨 일에 휩싸여 끝으로 갈수록 드라마 자체가 본래의 설정을 잊고 이상한 방향으로 나아갔지만, 그래서 너무나 아쉽고 안타깝지만,그래서 더욱 가슴에 남는 것일지도 모른다.

 

2.배우 문근영·신윤복

 

극중에서 신윤복은 엄연히 '여성'이다.그러나 어쩔수 없는 운명에 의해 '여성'임을 숨기고 상투를 틀고 갓을 쓴,조선시대의 남성으로서의 삶을 살아간다. 그러나 신윤복은 그의 인생 전부를 남자로써 살아왔지만 배우 문근영은 드라마 속에서 어쩌면 '단시간'이라는 표현이 적절한 시간내에  그러한 '남장 여성'을 소화해야만 했다.이를위해 문근영은 목소리를 낮췄으며 몸짓을 '소년다움'으로 바꾸었다. 그것은 드라마를 처음 보는 순간 즉 효원과의 봉필시합부터 알 수 있다. 1화에서는 다소 어색한 허스키한 목소리도 회가 거듭할수록 그녀 자신만의 색깔과 목소리로 탈바꿈 시켰고 신윤복의 눈빛또한 어린신부에서의 상큼한 여고생을 연기하던,한없이 여성스러운 그녀의 매력을 숨긴 '남자 신윤복'의 눈빛으로 바꾸었다. 상투를 틀고 김조년을 노려보는 그의 눈빛은 어디까지나 복수를 품은 '남자 신윤복의 눈빛'이었다.

또한 남자아이처럼 휘적휘적 걷고 스승을 향해 불만스러운 표정으로 반항하는 사춘기 소년의 모습과 기생으로 분장을 한 상태에서 남자의 목소리를 내는 그녀의 모습에서,정신없이 보고 있던 것을 종이로 옮기는 장난기 어린 천재 화가 신윤복의 모습에서 나는 '배우라는 것 연기라는 것이 이런거구나'라는 느낌을 받았다.

아쉬운 드라마로써 아쉬운 얘기를 안할 수 없는데. 개인적으로 드라마에서 가장 안타까운 캐릭터는 신윤복이다.주인공으로써 극을 이끌고 나가야할 인물이 후반부에서는 그렇지 못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점점 이상해져가는 캐릭터를 붙잡고 '배우 문근영'은 연기로써, 눈빛으로써 시청자들에게 말하고 있었다.그것이 무엇인지 구체적으로 알수 없으나 나를 포함하여 바람의 화원,배우 문근영을 아끼는 사람들은 들을수 있었다. 그것은 신윤복과 문근영의 외침이었고, 끝까지 내가 드라마를 놓지 않고 볼수 있게 하는 원동력이 되었다. 또한 그 이유때문에 최연소로 sbs연기대상,백상예술대상의 최우수상을 받았을 때에도 모두가 축복해주지 않았나 싶다. 

바람의 화원은 어린신부속 '국민여동생'이라는 타이틀을 벗고 진정한 '배우'로써 그 길을 걷고 있는 그녀에게 탁월한 선택이었다.

그녀의 노력은 결코 헛되지 않았다. 많은 이들이 윤복의 눈물에 같이 울었고 윤복이가 웃을때는 같이 웃었다. 또한 많은 이들이 '배우 문근영'을 다시 보게 되었고 그녀의 또다른 작품을 기대하고 있는 것 또한 확신할수 있다. 나또한 하루빨리 그녀가 새로운 도전으로 그녀를 아끼는 많은 이들에게 다가와 주길 바라는 바이다.

 

3.닷냥 커플

 

드라마가 시작되기 전에는 많은 사람들은 그저 '여-여 커플'이라는데 관심을 두었다. 

드라마가 방영되고,정말 많은 이들이 이 커플에 매료된 것은 여러가지 이유가 있을 것이다.

하나는, 둘의 색깔이 너무 아름다웠다. 드라마상에 그 어떤 커플보다도 함께 있었을 때 더욱 빛나던 커플. 둘의 만남 곳곳에서 볼수 있듯이, 드라마 바람의 화원의 특징인 아름다운 색감이 이 커플과 너무나도 잘 맞아 떨어지지 않았나 싶다. 보는 이들로 하여금 '아름답다.'라는 탄성을 자아내는 장면들.

후에 팬들이 만든 '닷냥영상'으로 보면 20회동안 고작 둘이 함께한 시간은 2시간에 지나지 않았으나 엄청난 비쥬얼과 가슴을 후벼파는 대사들은 수많은 닷냥폐인들을 만들어 내는 결과를 빚었다.

두번째로는 둘의 연기력이 아닌가 싶다. 신인인 문채원의 연기를 연기경력이 긴 문근영은 적절히 끌어내어 주었고 그에따라 문채원은 기생 정향으로써 사실은 여성인 신윤복을 사랑하는 기생역할을 완벽하게 소화해 내었다.연기는 상대배우와의 호흡이 중요한 걸로 알고있다. 그런점에서, 상대배우가 여성임에도 불구하고 정향은 정말로 신윤복을 사랑하는 여자의 눈을 가지고 있었다. 그의 아픔에 함께 아파하였으며 그를 부를때는 그 누구를 부를때보다도 간절하고 마음을 담아 불렀다. 또한 그녀는 특유의 '도도함'으로 원작과는 다소 다른 '정향'을 표현해 내었다는 점에서 신인답지 않은 연기를 보여주었다. 바람의 화원은 배우 문채원에게는 사극이라는 독특한 경험과 배우로써 무한한 가능성을 보여주지 않았나 싶다.

마지막으로는 시크한 신윤복의 매력이 아닐까. 스승 김홍도와 형 신영복 앞에서보여주었던 천진난만한 소년의 모습은 드라마 바람의 화원속에서만 볼수있는 신윤복의 모습이다. 그러나 유일한 정인인 정향의 앞에서의 신윤복은 그 어떤 남자보다도 시크하지만 한없이 부드러운 남자의 모습이었다.나는 그 모습또한 너무도 좋았다. '작업의 달인'이라고 불릴정도로 도도한 정향을 꼬셔내는 그의 매력속에서는 밀고 당기는 시크한 매력의 신윤복이 한 몫을 했다고 할수있다. 후에 '닷냥'이라고 불리게 되는 계기가 되는,도도하기가 하늘을 찌르는 정향의 연주를 단 '닷냥'으로 사버리는 그장면의 신윤복의 애절한 눈빛과 술에 취한 듯한 목소리와 과감하게 정향의 손목을 낚아채는 모습.제 아무리 도도한 정향이라지만 넘어갈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동성커플이다.레즈다'뭐 드라마를 보았든 안보았든 여러 말들이 많았지만 닷냥을 아끼는 나로썬 그다지 해명하고 싶지도 않고,굳이 해명하자면 이 둘은 극중 대사들에서도 알 수 있듯이 '예인으로써의 플라토닉 사랑'이라고 해명할수 있지 않을까.윤복이 정향이 팔려가기전 술에취해 중얼거리는 말들 속에서 윤복은 정향을 자신의 숨겨진 '여성성'으로 표현하고 있고 정향또한 '예인'이라는 말로 따지듯이 묻는 조년의 입을 막아버린다.정향은 처음에는 다른 남자들 처럼 자신의 몸을 탐하지 않고 자신의 음유를 알아봐주는 그에게 끌렸으나, 후에 윤복의 달빛아래 고백후에도 여전히 윤복을 위하고 함께 마음 아파하는 부분에서 서로를 향한 그 둘의 마음은 어디까지나 '정신적인 사랑'일 것이다. 그것을 이해하건 말건 그것은 각자의 생각에 달려있으나 드라마 속에서 둘은 서로를 가장 소중한 사람으로 꼽고있으니 커플로써 된것이 아닌가.

내 주위에 있는 바람의 화원을 보지 못한 사람들도 '닷냥커플'하면 '아 베스트 커플상'이라고 할정도로 닷냥폐인들이 일궈낸 최고의 성과인 베스트 커플상.여-여커플로써 후보에도 없었던 커플을 뒤늦게 후보에 올리고 심지어 단 한커플 뽑는 베스트 커플상을 거머쥐게 한 닷냥커플을 사랑하는 '그들'이 있었기에 이 커플이 더욱 빛나는 것이 아닐까. 드라마는 끝났지만, 서로를 애처롭게 바라보는 둘의 눈빛은 아직도 내 마음을 울린다. 이 커플은 두배우에게나,또한 많은 사람들에게나 영원히 잊지 못할 커플이 될것이다. 

 

4.내가 미치고 미친 드라마. 그것은 legend. 바람의 화원.

 

내가 살아오면서 재밌게 본 드라마는 많지만 그것은 어디까지나 '재미'에 불과하였다. 그러나 이 드라마는 다르다. 앞서 말했듯이 '사극'과 '그림'을 좋아하는 나로썬 다가오는 느낌이 좋았고 풀어내는 이야기들이 좋았고 따라서 휴지에 물 스미듯 끌렸나 보다.

이 드라마를 보면서 또는 끝나고 보지 않던 sbs연기대상을 챙겨보고 백상예술대상을 보고, 상을 받을때 함께 환호하고 친구들한테 욕먹을정도로 침이 마르도록 이야기를 하고 다니고 드라마 관련자료들을 모으고.아무리 생각해도 미치지 않고서야 이럴수가 없다. 그러나 나는 너무도 행복하다고 감히 말할수 있다.드라마를 통해 알게 된 사람들과 알게된 배우들 또 알게된 내안의 열정들. 내가 이드라마를 사랑하는 이유야 많겠지만 그것을 다쓰기엔 하루가 너무 짧고 곧 3월 모의고사가 다가오고 나는 고3이기때문에 이만 쓰려고 한다.

후에 나에게 또 어떤 드라마가 다가올지는 모르나, 이정도의 드라마라면 언제든지 환영이다.또다시 폐인이 되어주겠다. 음하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