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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찬란한

2012.8.24

나는 빨리 스물 세살이 되고 싶었다.

스물 세살이 되면 지금 보다 더 내 삶에 당당해지고, 내면이나 외면이나 지금보다 성숙하고 예쁘고 멋진 사람이 될 거라 믿었다.

 

막연하게.

 

 -

 

인생은 늘 불안하기만 한 것일까.

겉으론 아무렇지 않은 척 해도 나는,

염치없게도 문득 문득 이루 말할 수 없는 불안함을 느낀다.

 

언제쯤 미래를 불안하게 내다보지 않아도 되는 것일까.

언제쯤 앞서 산 사람이 하는 듣기 싫은 충고를 무시할 수 있을 정도로 내 삶에 자신감이 생길까.

 

그런 날이 오긴 올까.

 

-

 

고등학교 때 나에게는 스물세살의 나라는 목표지가 있었다.

스물 두살의 나는 길을 잃고 망망대해에 표류해버린 배다.

계속 앞으로 나아가기만 하면 언젠간 육지에 닿겠지 하는 막연한 희망만이 있는,

 

금광을 바라는 것도, 권력을 바라는 것도 아닌 나의 사소한 항해는

지나치게 거대한 자연에 맞서고 있는, 돛단배의 주제넘은 무모함 같이 느껴진다.

 

나는 작은 기적을 바란다.

500년 전 콜롬버스가 그러하였듯.

나는 그보다 사소하고 흉폭하지 않으니 이루어지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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