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이 지금처럼 '스마트'하지 않았을 때,
지하철이 전역을 지나 내가 있는 곳으로 다다르고 있음을 시뮬레이션으로 신경쓰고 있지 않아도 되었을 때,
언제 올지 모르는 배차 시간이 긴 버스를 한참을 기다려 본적이 있는가.
오줌이 마려워 안절부절 하다가 잠깐 화장실을 다녀온 사이 기다리던 버스가 지나갔음을,
텅 빈 정거장에서 홀로 마주해야 하는 그 느낌을.
누구도 탓할 수 없고 그저 야속한 오줌통을 탓하면서도 문득,
이조차 무언가를 탓하고 있는 나 자신에게 시선을 돌렸을 때
비로소 오줌을 꾹 참고 버스를 탔었더라면 필시 버스에서 오줌을 지려버렸을 거라는 걸
무의식 속의 의식이 인정해 버렸다.
애초부터 두마리의 토끼를 잡고자 했던 것은 사냥꾼의 졸렬한 욕심이었다는 것을
인정해 버렸다.
-스마트한 세상 속에서 스마트하지 않은 느린 생각의 걸음으로 더듬더듬 어떤 날의 기억을 상상하고, 되뇌이고.
그것은 바삐 돌아가는 인륜의 세상 속에서 또 다른 인륜을 생각해 봄이다.
이는 피곤한 신경에 오롯이 위로가 될지어니.
여행은 되돌아 보았을 때 매력적이라던 어느 여행작가의 말처럼 되돌아 보고 나서야
그 시간이 소중했음을, 그때의 나와 지금의 나를, 인정해 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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