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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찬란한

2014.7.28 어차피





인간으로 태어난 이상 숙명처럼 지니게 되는 것이 있다. 

나의 존재를 자각하게 된 순간부터 죽을 때까지 짊어지고 가야 하는 것.

외로움이라는 게 그런 것 같다.


곁에 누가 있어도, 다른 사람은 온전히 "나" 가 되지 못하기 때문에.

어떤 절절한 감정을 나 혼자만 느껴야 되는 것, 그 때 우리는 외로움을 느낀다고 한다.


세상에 부모님이 전부인 줄 알았던 시기가 지나고

또래 집단 속에서 친구들과 감성을 공유하며 깔깔거리던 때도 지나고

어찌보면 인생의 반려자를 맞이하고, 자식을 낳고,

그 모든 순간순간에도 휘몰아치는 인생의 바람 속에서 문득 문득 태풍의 눈 처럼 고요한 때가 느껴지면

그 적막함에 물을 잔뜩 머금은 솜처럼 외로움이 가득 찬다.


타인은 온전한 내가 될 수 없다.

나의 이 감정은 오로지 나만 느낄 수 있다.


이 모든 걸 깨닫고 나서부터 타인과 적당한 거리를 유지하며

많은 것을 바라지도, 많은 것을 내보이지도 않게 되면서

그렇게 세상 인간관계를 밀물과 썰물처럼 내다보게 되면서

더욱 더 외로워진다.

다시금 외로움에 숨을 죽인다. 


그런데 그렇게 한걸음 뒤로 내빼면서도 끊임없이 사랑을 갈구하고, 사랑하고 싶어하는 존재가 또 인간이라 슬프다.


그래서 인간은 어느 순간 타인보다는 인간이 아닌 대상에 애정을 쏟게 되나 보다.

그래서 테레사는 궁극적으로 카레닌을 사랑하게 되나 보다.


사람으로 태어나 다른 생명들보다 많은 것을 누리고 산다지만

사실상 좋을 것도 없더라.


인간의 육체가 썩고 영혼만이 남아 한 손에 모아본다면 그것은 짙은 외로움의 안개일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