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9.28
내가 살아온 길지 않은 시간 동안 아직까지 무언가 이루어 낸 것이 없다.
언덕을 올라 꼭대기에 닿아서 기쁨에 환호성을 지르고 땅바닥에 있는 흙을 움켜지면
그것은 이내 손가락 사이로 빠져나가는 모래가 되어버리고 내가 올랐던 언덕은 내일이면
바람에 씻겨 골이 되어 부질없는 정상아닌 꼭대기에 불과하였다.
그래서 지쳐 또 다른 곳을 오르기 위해 끈임없이 두리번 거리면 저만큼 멀리서 하늘에 닿을듯
솟아 있는 언덕이 보이고 나는 무너져버린 언덕위에 망연자실하게 앉아있다가 다시금 엉덩이를 털고
일어나 그쪽으로 또 걸음을 재촉한다.
어쩌면 쓸데없는 걸음과 오름과 휴식의 반복.
나처럼 쉽게 현실과 타협하고 합리화해버리는 사람은 더군다나 이런 쉽게 녹아버리는 도전과 실패의 결과 속에서 점점 지치고 힘이 딸리기 시작한다.길을 걷다 기도도해보고 울기도 해보고 노래를 들어보기도 했다가 춤을 춰보기도 하였지만 끝없는 방랑의 길은 외롭기만 하다.
단 한번 단 한번만이라도 내가 무언가를 이뤄낸다면, 내가 오른 언덕이 에베레스트는 아닐지라도 나를 지탱해주는 무너지지 않는 단단한 언덕이라면, 매일 아침 내가 걷는 길이 혼자만의 고독임을 자각해도 더이상 외롭지 않을텐데.
지나온 길을 되짚어보면 내가 쓰러뜨리고 다시 바람이 쓰러뜨리고 세우는 나의 언덕들이 내가 지금 서 있는 이 위치에 어떠한 보탬이 되었는지 아직은 모르겠다. 매일 아침 눈을 뜨면 그저 나는 여기 서 있고 다시 밤이 되면 사막에 살고 있는 실제론 마주친 적 없는 모순의 짐승들이 두려워 몸을 웅크리고 잠을 청하는 여정의 반복.
그 어떤 목을 축일만한 오아시스도 발견하지 못한 채 발이 폭폭 빠지는 사막 길을 나홀로 걷고 있다는 것을 깨달을 때면 어찌할 바를 모르고 멍하니 서서 밤이 되길 기다렸다가 담요로 온몸을 꽁꽁 감싸고 잠이 든다.내일은 내가 찾고 오르려는 언덕이 부디 잘 다져진 언덕이길 간절히 바라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