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12.31
언제부턴가
한 해가 가고 한 해가 오는 것이 아무렇지 않게 느껴졌다.
당연시 되고 나는 또 다시 한 학년이 올라가고 학교가 바뀌고 그렇게
그러나 두터운 겨울의 이불을 덮고 한 해의 마지막 날을
이처럼 아련하게 떠나보내는 것이 이 해가 내 인생에 있어서 그토록 기다렸던, 갈망했던 해 였기 때문이다.
내 나이의 십의자리 수가 처음 바뀐 해
2010년은 내게 너무 특별하다.
나는 스무살이 되었고 그 어떤 해보다 확신에 차고 거창한 연초의 계획을 말미암아
가장 알찬 한 해를 보내길 바랬고 그 부푼 기대는,이제 생각해보면 허망한 망상의 나래를 만들기에 충분했다.
특별한 경험들 , 낯선 이들, 가치관의 변화 .
그러나 2010년을 살면서 부딪히고 어울리고 알아감에, 인생은 '별거 아닌 것'이기도 하고 '별 것' 이기도 하다는 것.
새로운 해를 맞이 할때의 마음가짐은 서툰 스무살의 생각보다는 조금 능숙하고 현실적이겠지.
늘 그렇듯, 새로 시작한다는 것은 그럴듯한 '앎'을 깨닫게 해준다.
벌써부터 생각하기에는 실감이 나지 않지만 이렇게 나는 또 스물 한살, 스물 두살, 스물 아홉, 서른.
부질없는 인간의 생에 남아있는 건 먹어가는 나이뿐.
한 해가 가고 또 한 해가 가고. 쉴틈없이 돌아가는 인생의 바퀴속에서 다소 무감각해지는 해의 바뀜이
이렇듯 한번쯤은 가슴 깊숙하게 남아 몸 전체를 울리는 아련의 기타를 치는 날도 있기 마련이다.
늘 마음속의 신에게 말을 걸때, '아쉬움은 남겠지만 후회하지 않는 삶을 살게 해주세요.' 라고 속삭인다.
올 해는 기대한 만큼이나 'good'bye 겠지. 좋게 이별한다는게 얼마나 모순되고 어리석은 말인지는 모르겠으나
스스로가 만족했으니 그만. 다소의 아쉬움은 남으나 좋다. 이렇게 마무리 지으면 되는 것이다.
12월은 설레고 씁쓸한 달이다. 한 해중 가장 여유가 있고 그 여유로운 시간에 무언가 머릿속과 마음 속을 어지럽히는 것들을 정리하는 달.
차근 차근 옛 기억들을 펼쳐보이며 다시금 차곡차곡 접어 넣다보면 어느새 모진 한 해의 마지막 해는 지고 언제 그랬냐는 듯 새로운 해가 떠오른다.
나는 더이상 키가 자라지도 않고 손가락이 길어지지도 않고 작년에 맞는 옷은 내년에도 맞겠지. 다만, 내가 새로운 해를 맞설 나에게 바라는 것은 내가 조금 더 영그러지기를.
살아온 해 중 가장 특별하고 사랑했던 나의 스무살 나의 이천십년. 안녕.
thank you ,good bye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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