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11.29
아스라히 아스라히
지긋이 실눈을 뜨어도
형체가 보이지 않음매,
가까스로 눈 앞에 어른거리는
그것이어라 그것이어라
길게 뽑아진 손톱으로 허우적 댄들,
아스라히
멀어져 버린 내 동무야.
노랗게 세월에 바랜
무수한 어린 쪽지들은
나이 든, 너와 나 사이의 간격보다
넓고 깊은 정을 담고 있지 않더냐.
얄궂다.
연필로 쓰여져 거뭇하게 번져버린
쓰린 이야기 때문에
나를 놓아버리고 나를 놓아버리고
너는 변해버리고
차가워라 차가워라
아스라히 아스라히
네가 뒤돌아 있는 동안
나는 내내 이곳에 서서
고작 뒷모습을 바라볼 요량으로
실눈을 떠보았다.
너의 뒷모습은 내 외롭게 시린 겨울의 털호주머니.
차마 네가 보이지 않을 만큼
겁먹은 나의 밤하늘이 빛나던 용기마저 집어삼켜버렸다.
돌아오라 돌아오라
네가 저만치
내가 저만치
아스라히 아스라히
나는 아직 너를 놓치고 싶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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