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랫동안 그는 수면을 내려다보고 있었다. 푸른 내의 한구석을 물끄러미 바라보고 있는 동안 그는 서글픈 생각에 잠겼다.
생각하면 아름답고 자유롭고 마구 돌아다니던 소년의 즐거움은 먼 옛날의 것이 되었다.
소년은 바로 지난 일요일에 행해졌던 견진성사를 생각했다.
그날 의식이 진행되고 있는 동안 모두들 감동하고 있을 때 그는 희랍어 동사를 외고 있는 자신을 깨닫고는 몸을 움츠렸던 것이다.」
「시험보러 가기전 바로 전날 시험 치는 도시에 살고계시던 큰어머니댁에서 머무를때
내일이 주의 시험인데! 마침내 백모가 돌아왔다. 백모는 올해 주의 시험에는 118명의 지원자가 있다는 소식을 가지고 왔다. 하지만 합격자의 수는 오직 36명뿐이라고 말했다. 그 정보를 들은 한스는 완전히 의욕을 상실해 돌아오는 길에는 한 마디도 말하지 않았다. 얼마 후 집에 돌아온 한스는 머리가 아프기 시작했다.
한스는 밤에 고통스런 깊은 잠 속에서 무서운 꿈을 꾸었다.
그는 117명의 수험생과 함께 시험장에 앉아있었다. 시험관은 고향의 목사와 흡사했으며 어찌 보면 백모와도 닮은 듯 했다. 그는 한스 앞에 초콜릿을 쌓아 놓고는 먹으라고 지시했다. 한스가 울며 그것을 입에 넣고 있는 사이에(한스는 초콜릿을 싫어해) 다른 아이들은 차례차례로 일어서서 작은 문으로 나가고 있었다.
모두가 제각기 자기 앞에 산더미처럼 쌓인 초콜릿을 전부 먹어치웠는데 한스의 몫만은 점점 더 쌓여서 책상과 의자 위에 가득 쌓여 자기를 질식시킬 것만 같았다.」
「수학은 그에게 있어 무척 이상스러웠다. 그가 수학에 실력이 없는 것은 결코 아니었다. 간혹 그는 썩 훌륭한 풀이와 답을 냈다. 이럴 때는 자신도 그것이 유쾌하게 생각되었다. 수학에는 변칙과 속임수가 없으며 문제를 떠나서 확실치 않은 샛길을 서성댈 필요가 없다는 점이 한스의 흥미를 끌었다.
하지만 수학에서는 설령 답이 모두 맞았다 하더라도 그 이상의 무엇도 얻을 수가 없었다. 수학 공부는 순탄한 국도를 걷는 것처럼 느껴졌다. 한없는 전진과 아울러 날마다 전날에는 몰랐던 것을 습득한다 하더라도 별안간 확 트인 경치가 열리는 산에 오르는 것 같은 일은 기대할 수 없었다.」
「하일너는 꽤나 이상한 사람이었다. 공상가이고 시인이었다. 한스는 지금까지 몇 번인가 하일너한테 놀란 적이 있었다. 누구나가 알 듯이 그는 정말 조금밖에 공부하지 않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는 게 많았고 근사한 대답을 할 줄 알았다. 더군다나 그는 그 지식을 경멸했다.
"말하자면 우리는 호머를 읽고 있었는데 오디세이아가 마치 요리책이라도 되는 듯 읽고 있지. 한 시간에 두 구절 읽고는 한자 한자 되씹으면서 구역질이 날 때까지 계속하지. 그리하여 시간이 다 되면 언제나, '제군은 이 시인이 얼마나 멋지게 표현했는지 알았지요. 이것으로써 제군은 시적 창작의 비밀을 알 수가 있어요.'라고 말하지.
그러나 그것은 불변사와 과거형에 질리지 않도록 그 주위에 소스를 친 것 분이야. 그런 방법이라면 나에게 호머전체도 무가치해. 도대체 우리와 고대 그리스의 것이 무슨 상관이란 말야? 우리들 가운데 누구 하나가 조금이라도 그리스 식으로 생활하려거나 혹은 시도해 보려고 한다면 당장에 쫓겨나고 말걸." 그는 허공에 침을 뱉었다.」
「하일너와 한스의 우정은 특이한 관계였다. 그것은 하일너 편에서는 오락이며 사치고, 편하고 유쾌한 일로 간혹 변덕스러웠지만, 한스편에서는 어떤 때는 자부심으로 지키는 보물이었고 어떤 때는 벅찰정도의 커다란 짐이었다.
이 괴상한 친구에 대한 우정때문에 허덕이고 자기의 성격이 무엇인가에 의해 또 순결한 부분이 병들게 되었다는 사실을 희미하게 느끼기는 했지만 상대가 우울하고 눈물을 흘리면 흘릴수록 측은해보였다.
모범 소년 한스의 가슴은 고통과 수치심으로 들썩였다. 그는 얼어붙은 들판을 헛딛기도 하면서 걷는 동안 추위로 파랗게 언 뺨 위로 쉴새없이 흐르는 눈물을 억제할 수 없었다.」
「그는 사람에게는 잊을 수도 없고 또 아무리 후회하더라도 되돌릴 수 없는 죄와 불신이 있음을 깨달았다.
맨 앞에 높이 걸머진 들것 위에 누운 사람은 조그만 양복점 주인의 아들이 아닌(이날 기숙사 학생 중 한명이 물에 빠져 죽음) 친구 하일너로 성적이나 시험이나 월계관이 아닌, 양심의 깨끗함 혹은 더러움을 기준으로 하는 다른 세계로 한스의 불충실함에 대한 고통과 분노를 싣고 가는 듯이 느껴졌다.」
내가 좋아하는 장면인데 이 장면에서 나는 한스가 하일너라는 사람을 통해서 이성, 지식을 떠나 사랑이나 감정에 좀 더 충실해진것을 느꼈다.
아래는 한스가 다시 하일너랑 잘 지내게 되면서 성적이 떨어지고 선생들한테 혼나고 그래서 교장한테 상담받으러 간 날이다.
「 " ... 하지만 예전에는 무슨 경우든지 흥미를 갖고 열심히 공부했고 성적도 무척 좋았었다. 그런데 이처럼 별안간 열이 식은 것은 어찌된 까닭인지 궁금하다. 혹시 아픈 데라도 있는 게 아닌가?"
"아닙니다."
"혹시 머리가 아픈게 아닌가? 정말 기운이 없어 보이는 구나" "네 가끔씩 두통이 납니다."
"그렇다면 공부가 지나친것은 아닌가?" "아닙니다. 조금도."
"그렇다면 독서가 과한가? 솔직히 말하거라" "아닙니다 저는 아무것도 읽지 않습니다 선생님"
"그렇다면 정말 모르겠군 지금은 모르겠지만 어딘가 나쁜 곳이 분명히 있을 게다. 군은 정말로 노력하겠다고 약속해 줄 수 있겠지?"
(교장은 이미 한스가 문제아 하일너랑 친하게 지내면서 문제가 생겼다고, 원인은 하일너라고 생각하고 있음 저기서 나쁜 곳=하일너 라고 한스를 떠보는 것임)
한스는 내밀어진 교장의 손에 자기 손을 얹었다. 교장은 진정어린 부드러움으로 그를 응시했다. "그럼 좋아. 완전히 지쳐버리지 않도록 하거라. 그렇지 않으면 수레바퀴 밑에 깔려버리고 말 테니까."」
이 이후에 대화에서 교장은 돌직구로 하일너랑 멀리하라고 한다. 그러나 한차례 아픔을 겪은 한스는 절대로 그럴수 없다고 하고 교장실을 나온다.
수레바퀴를 진짜 수레바퀴처럼 쉴새없이 돌아가는 수도원 생활 , 틀에 박힌 , 기대감을 충족시켜야 하는 그런 삶? 이라고 생각했다.
수레바퀴 밑으로 가면 누구나 깔려 죽는다고 생각을 하지 한스는 그게 두려워서 하일너를 멀리 했었던 것이다.
근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제목은 수레바퀴 아래서 이므로
작가는 수레바퀴 아래의 삶에 대해 말하면서 거기서 진정한 뭔가를 발견한 소년의 성장? 같은걸 말하려는 게 아닌가 싶었다.
하일너는 한스의 저런 단호한 태도 때문에 아무튼 교장이 한스에게 산책을 자주하라고 대신 하일너랑은 하지말라고
그런 명령을 내리고 나오는데 하일너가 계속 그 산책에 따라나서서 결국 교장이 하일너를 소환해서 혼냄 근데 하일너가 반항하니까 감금형을 내린다. 그런데 그날 하일너가도망쳐서 혼자 여행 간다.
숲 속이나 어디서 막 아무데서나 눕고 자고 그래서 결국 돌아온 날 퇴학 처리당하게 된다.
「수 주일동안 사람들에게 오직 하일너와 그의 도망에 관한 것만이 거론되었다. 멀어지고 시간이 지남에 따라서 모든 사람의 판단은 변해갔다. 그 당시에는 두려워서 멀리하던 그 도망자를 이제는 마치 날아간 독수리처럼 보는 사람도 적지 않았다. 하일너는 떠나자마자 그대로 행방불명이 되었다. 그의 인물과 도망은 차츰차츰 지난날의 이야깃거리가 되었고 결국은 전설이 되었다.
그 정열적인 소년은 뒷날 여러가지로 천재적인 업적과 방황을 더욱 거듭한 끝에 인생의 고뇌를 통한 엄격하게 단련되어 위대한 인물이라고까지는 못해도 의젓하고 당당한 훌륭한 인간이 되었다.
선생님들 가운데 어떤 사람은 한스가 수업중 에 몇가지 질문에 대답을 못하자 이렇게 말했다.
"너는 어째서 훌륭한 네 친구 하일너와 같이 떠나지 않았지?"」
수레바퀴 밖 삶이 존재한다는 걸, 그리고 사실 모두가 그 삶을 동경한다는 걸 , 두려워서 하지 못할 뿐이라는걸 한스는 깨닫게 된다.
수레바퀴 아래서, 헤르만 헤세 [북크로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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