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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ee내마,음

2014.6.10 끝까지 간다(A Hard Day)





「 영화가 시작하자마자 급박하게 전개되는 사건과 이를 증폭시키는 인물의 등장, 이처럼 영화는 언뜻 뻔해보이는 구성을 지니는 듯 하다. 

영화 전체 분위기나 이러한 구성이 가깝게는 비교적 최근작인 더 테러 라이브를 생각나게 한다.

그러나 영화 끝까지 간다는 조금 더 나아간다. 더 짜임새 있다. 정말 끝까지 간다.

이미 포스터, 예고편에서 이선균과 조진웅이 투톱으로 영화의 양극에 서 있다는 것을 대놓고 보여준걸 보면

이 영화에서 더 중요한 것은 이분법적인 선과 악이나 그저 단순하게 휘말리는 사건 그 자체라기보다,

우리가 예상했던 이야기에서 한발 더 나아감으로써 주는 신선함인 것같다.

예를 들면 극 중 박창민(조진웅)에게서는 사건이 진행될수록  한 인간이 조성할 수 있는 공포감 그 이상을 느낄 수 있다.

마치 괴수나 살인병기를 보는 듯하다. 

(박창민캐릭터의 설정이 다소 과하게 느껴지기도 하지만 배우의 연기력이 이를 커버한다.)

그래서 부드럽고 친근한 그의 말투가 전화기 너머로 들려오면 오히려 더 오싹하고 소름끼치게 느껴진다.


영화는 굉장히 급박하고 주인공 고건수(이선균)는 폭풍처럼 사건에 휘말린다.

그런데 희한하게도 영화 자체는 그렇게 진지하진 않다.

카리스마있는 두 남자배우가 주인공이고 극 중에서 경찰이라는 직업을 가지고 있는데도 

조폭따위는 등장하지도 않고 경찰의 수사는 영화의 초점도 아니다. (포스터, 왜죠?)

영화는 우울하고 처절한 느와르와는 거리가 멀다. 그래서 좋았다. 

한국의 흔한 마초적인 영화가 아니라서 좋았고 더불어 여기에 주인공으로, 짜증과 찌질미(美) 폭발의 이선균은 적격이다.

내내 야릇한 실소를 머금고 관람하게 되는 영화다.


이러한 신선함들 때문에 영화가 무척 세련되다는 느낌을 받았다.

이 영화는 촌스럽게 권선징악따위를 말하지 않는다. 그래서 현실적이다.

나중에는 그나마 쥐꼬리만한 양심이나 감정이라도 있는 고건수가 억울하고 불쌍해보여서 응원하게 될 뿐.

그래서 정의도, 사건도, 살인도, 경찰의 의무따위도, 어찌보면 허무하게 느껴질 수도 있다.

그러나 영화는 마지막에서 이러한 허무주의에 유쾌한 웃음을 날린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