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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슬픔의

드라마 「The L Word」①(2011)

[의식의 흐름으로 쓰고 있으며 어제 잠을 늦게 자서 피곤한 상태임 다소 내용이 중구난방일 수 있음]

 

 

먼저 엘워드를 기억하기보다 추억하기 위해 이 리뷰를 쓰려 함을 밝힌다.

그 이유는 앞으로 '사랑'을 다룬 드라마들에서 종종 언급하겠지만,단적으로 말하자면 내 나이가 너무 어리기때문이다.

나이가 어리다고 사랑을 모르는 건 아니지만 그 체감이 아무래도 다른 것은 분명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사실 리뷰라기 보다는 소소한 감상평이라고 하는게 적당할 것 같다.

 

기억하기 위한 리뷰는 세세하게 캡쳐하고 대사를 외워가며 진지하게 써야겠지만

일단 그러기엔 좀 겁이난다.

이 드라마의 양도 양이지만(시즌6 약 70화) 이 모든 드라마속 상징과 관계들을 이해하고 분석하기엔

내가 그만한 지적능력이나 감수성을 아직 키우지 못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저 '스물한살의 아직은 얼뜬 여성'의 어린 눈으로 드라마를 다시 '추억'해보고자 한다.

또 다른 이유는.. 감정적 두려움과 시간의 한계로 시즌 3,4 를 건너뛰고 시즌 5,6은 건성건성 보느라 주요 이야기들은 대충 알아도

그 세부적 에피소드들은 다 알지 못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 드라마가 후반부에 중점적으로 다룬 이야기들은 이 리뷰에 언급하지 않을 것이다)

 

드라마 엘워드는 사랑과 사람,갈등이다.

드라마를 보는 동안 나는 수많은 사람을 만났고 이사람이 되었다가 저 사람이 되었다가 또 그 감정의 흐름을 타면서

참 마음이 아팠다.

한국 드라마와는 다르게 미국 드라마는 정신적 사랑과 육체적 사랑을 참 적나라하게 드러낸다.

그래서 그 점이 볼때마다 충격적으로 다가오면서도 굳이 '이해'가 필요없게끔 만든다. 

이런 점에서 엘워드의 적나라함과 다름은 특별한 충격으로 눈을 통해 머리가 아닌 가슴에 꽂힌다.

그래서 참 마음이 아리다.

 

이 드라마를 보기 바로 전 '드라마 연애시대'를 봐서 인지 아직까지도 가슴이 멍하다.

끊임없이 시청자로 하여금 사랑이 뭘까요 사랑은 어디부터 시작이며 어디까지가 끝일까요 이것은 사랑일까요 라는 물음에

대답을 요구하는 두 드라마를 연타로 받아들이면서 저 물음에 대한 대답을 도저히 내릴 수 없는 나는 머리가 터질 것 같았다.

 

사랑이란 무엇일까

 

나중에 연애시대 리뷰에서도 계속해서 나는 탐구하겠지만 일단 엘워드는 '사랑'과 '사람과 사람사이의 관계' '갈등'

그 팽팽한 감정선을 씬마다 놓치지 않고 보여주고 있다.

그것도 아주 다양한 모습으로.

 

'함께한 지 7년이 돼가는 커플' '친구에서 연인이 되는 사이' '낯선 이 그리고 바람,후회' '데일 정도로 뜨거운 사랑''진정한 사랑을 위한 방황' '배신과 불신' 그리고 그 관계들 속에서 오는 불안함 행복함 공허함 등

 

눈에 보이는 관계 또 이면의 관계로 이 작품은 인간이기 때문에 겪는 사랑과 갈등을 단도직입적으로.적극적으로 그러나 거부감이 들지 않게 세밀하게 묘사하고 있다.

 

물론 엘워드는 퀴어드라마이다. 레즈비언들의 사랑과 삶을 그린.

그러나 이 작품이 레즈비언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고 한들, 어차피 사랑이야기이다.

그 속엔 온갖 욕망과 사랑이 너울거리고 있다.

바로 이 점이 이 드라마가 미국사회에 작지 않은 파장을 일으켰다고 생각한다.

내 생각에 이 드라마 속 레즈비언들의 사랑은 전혀 특별하지도, 화려하지도 않은,굳이 '이성애자의 사랑' '동성애자의 사랑'이라고 구분짓는 것 자체가 무의미할 정도로 그저 '사랑'이다. 역으로 생각하면 바로 이점이 포인트라는 거다.

아일린 감독이 시즌 후반부로 갈수록 캐릭터나 스토리가 중심을 잃고 근거를 잃어간다는 이유로 질타를 받긴 했지만 난 그녀가 참 대단하다고 생각한다.

어찌됐건 시청자들의 시각을 '레즈비언 드라마'라는 시각에서 '레즈비언의 사랑 드라마'라는 시각으로 변환시켰으니까.

이것은 시즌 1의 제니의 시각의 변화로도 볼 수 있다.

시즌1의 제니처럼 호모포비아가 아닌 이상 동성애에 혐오감이나 거부감을 가지는 사람은 없다. 그들은 거부감 없이 이 드라마를,'그녀들의 세계'를 단순한 호기심으로 접했을 것이다.마치 수풀로 가려져 있는 담장너머를 보듯이.

그리고 신선한 충격을 받았을 것이다. 그것은 인식의 변화이다. 의식하지 못했던 곳에서 아 하고 무언가 깨우쳐진.

담장 너머 나와 거리가 좀 있는 그곳에서 달콤한 육체적 사랑을 나누는 그녀들을 보기 전에 담장 바로 아래,나와 가까운 곳에서 로즈마리를 캐고 있는 또다른 그녀를 먼저 발견할 테니까.

 

그렇게 나도,드라마 속 캐릭터들도,그것을 연기하는 배우들마저 '그녀들의 세계'에 거침없이 던져져 빨려들어가는게 이 드라마의 매력이다.

 

이 시각과 인식의 변화는 시즌 1 제니의 삶을 통째로 갈아엎어버리는 것 뿐 아니라 드라마 방영 당시와 후의 사회 전반에 영향을 끼쳤다.

의식적으로는 알고 있었지만 그리 크게 신경써서 의식하고 있지는 않은, 그저 알고만 있는 그런 상태에서 바로 가까이에서

'차이'와 '차별'의 양면성을 피부로 느꼈을 테니까.

드라마를 보고 나서 출연했던 배우들의 인터뷰나 스피치등을 찾아보았다. 타국의 시청자인 나도 느꼈을 텐데 심지어 그 배역들을 연기한 그녀들은 무엇을 느꼈을까.

그것은 '인식은 변할 수 있다'는 것.  

'레즈비언'에서 시작해서 '레즈비언의 사랑' 그리고 끝내는 '인간의 사랑과 모든 관계'로 확대되는 인식의 변화.

그리 작지많은 않은 이 사소한 인식의 변화를 꿈꾸는 이 작품은 그 시도를 보여줬다는 점에서 나는 참 훌륭하다고 평가하고 싶다.

그리고 시도치고는 대사나 연출,무엇보다도 배우들의 연기가 대단했지 싶다.

 

또 이렇게 온갖 감정들을 세밀하게 그러나 직접적으로 표현할 수 있었던 것은 역시 이 작품이 여자들의 이야기이기 때문일 것이다.

보면서 흥미로웠던 건 별다를 것 없는 사랑이야기임에도 '여성'이기에 느낄수 있는 것들로써 감정들을 표현했기 때문에 여성 특유의 그 다방면의 복잡하고 미묘한 감정의 나열을 보다 공감하게끔 만들 수 있지 않았나 싶다.

이 부분에 대해서 사실 케릭터 분석을 하고 싶었다. 엘워드는 이렇다할 악역도 없고 그냥 그녀들의 삶을 그린 지극히 현실적인 드라마이다.그래서 케릭터 하나하나 애정이가고 아낀다. 개성과 성격도 뚜렷하고. 물론 기나긴 시즌을 지나면서 성장하는 캐릭터들도 있고 다소 변하는 캐릭터들도 있지만 어쨌든 플래닛에 모여 정신없이 수다를 떠는 그녀들을 보며 참 사랑스러운 인물들이다 라고 느낀 건 사실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앞에서도 말했듯이 주요한 사건들만 아는 나로썬 선뜻 캐릭터 분석을 하겠다고 할 수가 없다.일단 후에 전 시즌을 통틀어서 몇번 보고 케릭터들의 배경과 그 역할을 연기한 배우들의 생각들을 담아서 분석을 해야겠다. 아무래도 양이 많아서 캐릭터 분석만으로도 포스팅하나를 할 정도일 것 같다.

 

전형적인 외강내유의 Bette(Jennifer Beals) 그리고 그녀 내면의 감추지 못하는 혼란스러움을 유일하게 감싸안아주는,그러면서 스스로도 성장함을 느끼는 Tina(Laurel Holloman). 드라마에서 재미와 웃음을 담당하고 있는 Alice(Leisha Hailey) 그녀가 사랑했고 유쾌한 파트너였던 Dana(Erin Daniels). 자멸적이고 어떻게 보면 환상적이며 동시에 레즈비언 세계에서 가장 복합적인,그러나 밉지 않은 Jenny(Mia Kirshner). 엘워드에서 가장 본능적으로 사랑의 의미를 탐구하도록 하는 Shane(Katherine Moennig) 그리고 아끼는 Carmen(Sarah Shahi). 저돌적이고 치명적인 매력의 Marina(Karina Lombard).엘워드 속 정말 매력적인 남자 Tim(Eric Mabius). 또 다른 세계를 보여준 Mark(Eric Lively). 재밌는 존재감이자 감초역할인 Helena(Rachel Shelley) 등.

엘워드의 주인공들은 아주 현실적이면서 유동적이고 사랑스럽다. 이것이 이 드라마를 정이가도록 만든 힘이 아닐까 싶다.

 

사실 이 드라마를 보게 된 계기는 우리나라에서 몇일 전 방영된, 동성애를 다룬 드라마 스페셜의 반응들을 보고 충격을 받고 나서 이다.

난 그 드라마스페셜을 참 흥미롭고 괜찮게 봤다. 감히 좋은 시도 였다 라고 말하고자 했다.

그런데 일부 반응들은 내가 정말 건강한 사회에 살고 있나 싶을 정도로 충격적이었다.

사랑이 죄악이 되는 사회라니. 그 불순한 불륜이나 폭력이 빈번한 프로그램들은 8시~10시에 거리낌 없이 15세 꼬리표를 달고 나오는 반면 지극히 사랑만을 담은 이런 드라마는 모두가 잠들 시간에 느즈막히 몰래 19세 딱지를 붙이고 방영되어야만 하는 사실이 내 자신으로 하여금 아 이것은 무언가 변화가 필요하겠구나 라는 것을 느끼게 했다.

그래서 한발 먼저 앞서나간 사회의 신선한 시도를 접하고자 했고 그래서 본 것이 이 엘워드라는 작품이다.

 

물론 어느 사회나 차별은 존재한다. 그러나 그것을 방치하느냐 아니면 다름으로써 인정을 하고 차이로 존중해 주느냐,바로 그 간격이 올바른 사회냐 아니냐의 기준이 될 것이다.

 

신의 이름을 들먹이면서 감히 인간이 인간을 잣대질하고 벌을 주는 그릇된 인식을 가진 그들의 들먹임에 또 다른 인간으로서 내가  들려주고 싶은 이 작품의 메세지는,

 

"I will say , I am your creation and I am proud"   by Bette

 

몇년이 흘러 언제가 될진 모르겠지만 이 작품을 다시 보게 되면 나는 또 그 나이에 걸맞는 감성을 가지고 주저리 주저리 써내려갈 것이다. 그때는 오늘의 리뷰처럼 고리타분한 인식의 변화에 대한 이야기가 아닌 이들의 사랑이야기에 중점을 두고 이야기를 하고 싶고 또 그럴 수 있었으면 좋겠다.

 

세상은 만인이 만들어낸 인식의 회오리 속이다. 그 속에 벌거벗은 감정의 회오리를 가지고 겁없이 발을 내딛은 이 작품을 감상하면서 나는 꾸밈없는 사랑을 느꼈고 같은 사람으로써 공감을 느꼈으며 함께 세상을 바꾸고 싶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