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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ee내마,음

2014.5.6 여자, 정혜 (The Charming Girl)




「 과거의 기억들이 쌓이고 쌓여서 지금의 나를 만든다.

서재에 앉아 작품에 몰두하는 엄마 그곳에 내려앉은 포근한 햇살의 기억

조각 조각 지금 여자를 에워싸고 있는 진득한 침묵을 만들어낸, 어느 여름날 고통의 기억

 

여자의 일상은 그 기억의 파편들을 집어 삼켰다 뱉었다 하는 깜깜한 심연의 물질같다.

 

어린시절 상처가 지금의 나에게 영향을 미치는 방식은 여러가지가 있겠지만

여자는 조용히, 단정히, 가만히 '무감각' 속에 그것을 꼭꼭 숨겨 놓는 쪽을 택했나보다. 

그 상처는 여자를 안에서 할퀴고 찌르지만 그것은,

작은 고양이가 되새겨주는 엄마의 기억으로 잠시나마 평온을 얻는, 여자의 방식이다.

아이러니 하게도 그것이 기복없어 보이는 그녀의 단조로움 속에서 너무나 처연하게 다가온다.

 

내겐 똑부러지고 냉정한 역할이 더 익숙했던 배우 김지수가 이런 어리숙하고 상처받은 사람을 잘 소화해냈었다니, 

그녀의 연기력에 새삼 놀라웠다.

 

정혜씨, 영화 속에서 불린 단 한번의 이름으로 부디 

그녀가 그에게로 가서 꽃이 되었기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