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매우 섬세한 연출을 가지고 있는 영화 같다.
끔찍한 일을 당한 어린 피해자의 심경 하나 하나가 스크린을 통해 전해져 왔다.
집을 떠나 낯선 화장실에서 볼일을 보면서 상상하는 씬, 피시방에서 또래 남자아이들의 욕설에 움찔거리다 도망쳐 나오는 씬,
이렇듯 아무렇지도 않은 생활 속 소음이나 환경이 모두 공주의 입장에서 끔찍하고 낯설게 느껴져 무섭고 가슴 아팠다.
누구도 편이 되어주지 않는 소녀의 세상에서 상처입은 홑몸으로 공주는 '살기 위해' 맞서 본다.
앳된 얼굴과 목소리에서 이제는 다 가라앉은 공포와 분노와 슬픔이, 몽울몽울 끝도 없이 피어오른다.
영화는 "이런 사건이 있었다." 라는 사건 고발형식이라기보다,
"만약 한공주라는 아이가 당신의 주변에 있었다면?" 이라는,
극 중 은희라면, 조여사였다면, 혹은 가해자의 부모였다면 당신은 어떻게 행동하겠는가 라는 것에 대한 고민거리를 던진다.
뚝뚝 끊어지듯 이어지는 화면 구성에서 과거를 재현해 내는 방식도 아주 섬세한데,
과거 속, 그 지옥같은 사건 속 공주는 회색 교복을 입고 있고
밝고 앳되고 철없다.
모든 사건이 일어난 후 그 상처와 고통은 지속되고 있는 현재의 공주는 밤색 교복을 입고 있고 무표정하다.
그러나 다가오는 친구를 거부하지 못하는 어린 소녀는,
여전히 밝고, 앳되고, 철없다.
공주가 그 끔찍한 사건 이후 얼마나 달라졌는지, 또 얼마나 그대로인지.
이 모든 것을 바라보는 관객의 입장으로, 그 사실이 너무 고통스럽게 다가왔다.
'사실과 진실' 공주가 수업시간에 멍하게 공책에 받아 적는 사실과 진실이라는 단어를
영화는 분명하고 또렷하게 전달하고 있다.
과거 장면들은 끔찍해서 영화를 보다 손을 떨고 눈을 꼭 감아버리고 싶었다.
그러나 나는 진실을 봐야 했기에, 이 영화를 선택했다.
영화가 주는 고민거리들,
실제 사건을 가지고 만든 영화이니 만큼, 우리 모두가 영화 속 누구나가 될 수 있는,
진실을 바라보고 싶다면, 진실을 바라보고 싶게 만드는.
써니때 처음 알게 된 배우 천우희, 확실히 스크린 장악력이 있는 배우같다.
영화에서 나오는 모든 인물들 중에 가장 고등학생같다.
목소리 몸짓 행동 표정이 정말 딱 여고생, 중견 연기자들과도 연기력에서 밀리지가 않는다.
모든 장면들이 가슴에 새겨지지만 무엇보다도 이 영화를 봤다면 누구나 마지막 장면이 가장 인상깊지 않을까.
공주의, 소녀들의 목소리와 묘하게 구슬픈 멜로디와 까맣게 출렁이는 강물,
달달달 몸집만한 캐리어를 끌며 파란 가방을 매고 단정한 교복을 입은 채
어딘가로 향하고 있는 그 앳된 뒷모습때문에 눈물이 멈추지 않는다. 」
'See내마,음' 카테고리의 다른 글
2014.5.29 엑스맨: 데이즈 오브 퓨처 패스트(X-men: Days of Future Past) (0) | 2014.06.06 |
---|---|
2014.5.22 그녀(Her) (1) | 2014.05.23 |
2014.5.6 여자, 정혜 (The Charming Girl) (0) | 2014.05.12 |
2014.3.15 조블랙의 사랑(Meet Joe Black) (0) | 2014.05.12 |
2014.3.7 달라스 바이어스 클럽(Dallas Buyers Club) (0) | 2014.05.12 |